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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늘봄! 숙원을 이루다.

龍宮 2010. 10. 1. 13:01

늘봄! 숙원을 이루다.

누 가: 늘봄부부산악회원 과 일일회원들 (16명).

언 제: 2010. 8/20 ∼ 8/22 (산행; 8.21/05:40∼13:50).

어디로: 제주 한라산 백록담 (성판악→백록담→관음사; ▲1950Μ,▶18.3㎞).

 

 

(운무가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는 한라산정상 백록담 분화구 -- 권성두대원 作)

2010년 8월 21일 새벽!

이번 제주여정 주 과제, 늘봄부부산악회의 20년 숙원을 이루기 위한 발걸음은 새벽 5시 30분여, 한라산 성판악 안내소 앞마당에서 시작 되었다.

도깨비 뿔처럼 이마에다 매달고, 손에든 전등으로 어둠을 헤치며 들어선 한라산 정상 백록담으로 놓인 등산로 성판악코스는 아직 새벽단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고요하다. 내딛는 대원들의 등산화 발자국소리만 어느 때보다 우렁차고 요란스럽다. 언뜻 언뜻 전등불에 비치는 등산길 옆 수림대의 도열한 잡목들, 쭉쭉, 구불구불, 각선미가 정겹다. 어디에서 맡은들 아침공기가 주는 느낌이 좋지 않으련만 700고지가 넘는 산중 숲속에서 마시는 새벽공기는 상상이상으로 상쾌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산행시작 20분여 아직은 어둠살이 남았는데, 무례한 침입자 이방인들의 등쌀에 산새들은 지레 기침들 하시는 모양이다. 까마귀,.. 그리고는 이름 모를 산새들, 저마다 목청들을 가다듬느라 부산이다.“새박사 윤무부박사와 함께였으면...” 내 귀가 까마귀 말고 목소리를 구별하는 몇 안되는 새 중 머슴새는 아직 주무시는지?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세상 많이 좋아졌다지만!..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마당도 쓸고 쇠여물솥에 불도 지펴야 할 천출임을 잊은 것은 아닌지. 우리대원 16명은 어느새 선두와 후미, 몇 개 그룹으로 나뉘고 있다. 이번산행에서는 내가 후미를 맡았고 후미그룹에는 올해 새로 우리 산악회원이 된 새내기 대원들이 주축이다.

 

지난해 산야의 채전농원을 순시하다 발목 골절상을 입고 꼬박 한해를 고생한 최원섭대원, 최대원은 경주일원 산천을 채전농원으로 삼고 산나물에, 버섯, 약초까지 연중으로 수확 보고 있는 실리파 산악인이다. 그리고 최대원의 평생 짝지 박정희대원, 박대원을 보니 10여년전 지리산 천왕봉을 함께 오르든 생각부터 난다. 그때는 지금보다 속된말로 연식도 많이 좋았는데도 참도 못 걷더니만 오늘은 어떨는지, 그 앞에 최대원의 애지중지딸내미 일일회원 최민영대원, 민영이는 어렸을 적 동내 아파트 벽화를 도맡아 그렸던 공대 건축학과를 전공중인 이미

   (박상호 김숙자대원--한라산 백록담에서)

벽화를 넘어 지구촌의 랜드마크가

 

 

 

                                                될 유명건축물 설계도를 그릴 장래가 엿보였던 재원이다. 그리고 최원섭대원과 산천의 채전농원을 공동 경영 중인 박원수대원, 박대원은 산을 타는데 있어 힘든 기색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데라고는 없는 체력가일 텐데도 초입부터 후미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평생짝지 류기자대원을 챙기기 위함일까? 아니면 단짝친구요 채전농장 공동 소유주 최원섭대원과의 의리 때문일는지? 아무래도 전자 쪽에 해석의 비중을 두는 것이 맞을 듯, 그 앞으로 박대원의 평생 짝지 류기자대원, 나와는 오늘산행이 처음인 류대원은 입회등반이었던 지난봄 경남 거창의 비계산 산행에서 힘들어 했었다는 전언이었지만 아직은 잘 걷는 편이다. 우리보다 좀 떨어져 앞선 대열 중간에 우리의 등반대장 류인태대원이 선두와 후미를 이어주고 있다. 류대원은 남한일대 유명산들을 두루 섭렵한 베테랑 등반대장이다. 하지만 유독 오늘 이 한라와는 연이 닿지 못해 등반대장으로써의 자존심을 구겨 왔던 차 오늘이 참 뜻 깊은 날이기도

 

 

                                                                        (최재한 김숙이대원--한라산 백록담에서)

 

 

할 것이다. 그 앞으로 사이버마을에 우리 늘봄부부등반대의 집을 혼자서 짓고 꾸미며 유지 하느라 동분서주 고군분투중인 카페지기 권성두대원, 권대원은 오늘도 오직 집단장 생각에 새벽부터 찰칵찰칵 작품 활동 삼매경이다. 그 앞에 권성두대원의 평생짝지 엄숙희대원, 엄대원은 이번산행을 은퇴산행으로 삼겠다고 선언을 한터, 평소 너무 예뻐한 나머지 일터면 일터 산이면 산 너무 많이 달고 다녀 진력이라도 난건지 아예 이곳 제주에 등산화를 버리고 가겠노라고.. 그리고 그 앞으로 내사랑 박필희대원도 보인다. 박대원은 내가 보기에는 누가 뭐래도 제일 산도 잘 타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팔불출이라고! 팔불출이면 어때 주걱든놈이 임자랬는데, 지금 펜은 이손 안에 들렸으니, 어디 예쁘기만 한가 산 잘 타지 솜씨 좋지... 뭐하나 나무랄게 있나, 어화둥둥 내사랑아! 필희씨! 사랑합니다.

우리 대원들은 예상보다 씩씩했고 잘 걸었다. 산행시작 2시간도 못되어 속밭을 지나고 사라악 샘터에

 

 

 

       (박원수 류기자대원--한라산 백록담에서)

 

 

도달했다. 전 대원들이 샘가에 모였다. 아침 숙소에서 이른 기상에 새벽단잠들을 떼어버리느라 찌뿌드드한 표정들을 버스에다 싣고 성판악 들머리 까지 가지고들 왔었는데, 그새 다들 가볍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초반 선두그룹에 섰던 일일회원 공원가스그룹 사장 최재한대원, 최대원은 이번 원정을 위해 전 그룹에 별 휴가라도 실시한 건지, 참 산도 잘 타고 적극적인 재영입에 탐나는 왕년의 우리회원이다. 그리고 최대원의 짝지 김숙이대원, 김대원은 오늘 빨강바지에 파란 티가 참 잘 어울려 보인다. 이번에 투자들 좀 했을 터, 그리고

 

                                                                        (최원섭 박정희대원-- 한라산 정상에서)

 

 

우리의 리더 회장 박상호대원, 박대원은 한때의 방심으로 매달 시행되는 정기산행에도 참가하지

하고 몇 달을 쉬어야 했던 회장으로써 체면에 손상을 입는 아픔도 있었지만 거뜬히 재기를 했고 지금은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게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우리의 회장님이시다. 그리고 박대원의 짝지 김숙자대원, 김대원 하면 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분위기이다. 숨이 턱에 차도록 힘든 산행 중에도 대원들의 웃음보따리를 간질여 터뜨리는 분위기 전환은 언제나 분위기메이커 회장 사모님이다. 그리고 일일회원

 

(권성두 엄숙희대원--분재원에서..한라에선 두사람만의..)

 

 

강신상대원, 강대원은 진짜 여성 팬들 좀 조심해야할 롱다리에 얼짱 미남대원이다. 강대원은 회원영입에 참 탐도 나는 반면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 같아 솔직히 겁도 좀 나는 대원이다. 강대원말고 회원 중에는 아직 적수는 없는데, 착각은 자유라고? 오늘은 착각도 좋고 팔불출도 다좋다구요, 이순간만은 주걱이 이손 안에 들렸으니.. 그리고 등반대장 류인태대원 짝지 배태연대원까지 전 대원 16명이 샘터에 모여 잠시나마 이산의 재회를 즐긴다. 배대원은 평소 등반대장 류인태대원이 길을 잘못 들기라도 하는 작은 실수라 하면 “이양반아..”가차 없이 질책을 내리는 사랑이 넘치는 엄격한 감시자요 평생 짝꿍이다.

한라산 백록들이 마셔야할 “깊은 산속 옹달샘”물로 목을 축인 우리 대원들은 대열을 조금씩 바꿔 다시 산행에 나섰다. 아직은 울창한 활엽수 수림터널중 인지라염천에도 뙤약볕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건만 머잖아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날 즘이면 큰 키에 활엽수 그늘 호시절과도 이별일터 이후는 하늘만 쳐다볼 일, 우리 팀의 초반 등반성적은 예상외로 좋았고 산행시작 두

                                                                        (류인태 배태연대원--한라산 백록담에서)

 

 

시간반쯤 됐나? 우리는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런 페이스라면 산행 예상 9시간을 2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이맘때쯤이었던 등반, 직장대원들과 들뜬 기분에 어설픈 준비 탓으로 비상식 하나 없이 등반에 나섰다가 이곳 문 닫힌 대피소 처마 밑에서 허기진 배를 찬물로 채우던 시절이 바로 잠시전 같은데, 오늘은 밥은 물론 술에 떡까지 양식은 빵빵하다

 

 

 

 

 

  (김진철 박필희대원-- 한라산 백록담 북벽)

 

우리는 간식에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고 드디어 정상공격에 나섰고 대열은 다시 바뀌었다. 지금까지 최후미에 섰던 대원들 중 일부가 대피소에서의 달콤한 휴식까지 반납한 채 선두를 추월한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는” 아닌데, 이미 1400고지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아직 수림대의 키들은 상당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식생대는 고산지의 터줏대감 구상나무 군락으로 바뀌고 있다. 정상으로 놓인 등산로는 갑자기 고도를 높이고, 멀리 처다 보이는 정상부근으로 안개인지 구름인지 아니면 아직도 분출의 잔불이라도!.. 신께서 이번엔 또 어떤 비경이라도 펼

                                                                          (강신상대원--한라산 백록담에선)

쳐 보여주시려는지 올려다 보이는 정상 분화구주위로 하얀 베일을 드리웠다 걷었다를 번갈아 연출하며 신비감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 대원들의 마음들도 들뜨기 시작한다. 와!∼ 감탄사가 터진다. 이제 정상은 바로 코앞, 한발 한발 우리는 마침내 백록담부화구 동능 한라산정상에 올라섰다

   여기가 어디련가, 어느 외계 행성의 황량한 거친 사막인가! 백록담은 못이라기보다는 마치 방금 삼이라도 쪄낸 삼굿 가마터인양 타다 남은 장작불의 잔연인가! 운무가 마치 가마에 서린 증기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후끈 열기라도!.. 얼굴을 내밀기에 망설여지련만 한여름 폭염에도 2000고지 고산지바람은 한기라도 느낄 만치 시원하고 상쾌하다. 순간순간 걷히는 안개구름 너머로 백록담은 깊숙한 바닥까지 온통 초록, 생명의 빛깔이다. 태곳적 창조의 신께서 천길 바다 밑에서부터 용광로보다도 더 뜨겁게 구워 시뻘겋게 뿜어올렸을제 팥죽처럼 끊어 넘쳤을 분화구 그곳에는 언제부터인가 물이 고이고 굽혀 타다 남은 시커먼 돌멩이 너덜겅에까지도, 주변은 온통 이름도 모를 수없는 모진 생명체들이 뒤덮고 있다. 신이시여! 어느 때 이곳에 붉디붉은 불덩이를 토해 올리셨나이까? 또 이곳에 언제부터 다시 생명체의 씨앗들을 심으셨나요! 그 세월이 얼마인지요! 하늘땅만큼 인가요? 그 기∼인 시공 중에 오늘 저희들이 이곳에 올라 머물게 허락한 시간은 얼마만큼 인지요! 한동안의 황홀취기에서 깨어난 우리 팀은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아이들처럼 분화구주위 통나무 울타리주변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있는 멋을 다해 번갈아 카메라 앞에 선다. 그중에도 최원섭대원, 최대원은 천진한 개구쟁이시절 본성을 누구보다 잘 보존하고 있는 친구다. 오늘도 그 본성을 잘도 발휘하신다. 어느샌가 멋진장면 하나 남기겠다고 통나무 울타리를 넘다가 달려온 관리인에게 주의를 받는다.

 

                                (늘봄부부산악회원들--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우리는 단체사진까지 찍고나서야 한곳에 자리를 잡고 정상주라는걸 맛볼 여유를 갖는다. 선뜻 걸터앉기에 망설여지련만 시뻘겋게 굽혔든 돌멩이는 긴 세월이 얼마였는지 뜨겁기는커녕 온기초차 느껴지지 않는 그냥 차디찬 돌멩이일 뿐, 언제나 정상주란 그 맛 또한 정상급인지라!.. 정상주 분위기에 취한 김숙이대원의 즉석공연 바람빠진풍선 일인극은 정상주 안주로 금상첨화였다. 지금도 저 아래 인간들의 시멘트밭에는 35, 6도를 넘나들 터인데 1950고지 신의 선주점에선 바람막이 재킷을 꺼내 입는 대원도 나선다. 하기야 모처럼의 원정에 거금들인 표시들은 남기고 가야할 터,

우리가 하산코스로 잡은 북쪽 관음사코스 길목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구상나무 고사목이 배웅군중을 이끌고 천년째 도열중이다. 이번에도 산행 페이스조절은 실패인지, 정상을 향한 거침없던 용감 씩씩 대원들 자꾸 길가에 선 애꿎은 표지판들만 거짓말쟁이라 볼멘소리다. 한결 쉬운 내리막인데도 표지판에 남은길이 가도 가도 그냥이라나, 하지만 길은 드디어 다시 산기슭 밀림지대 탐라계곡을 내려서고, “와! 크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따지?.. 아! 원숭이를 길들여 따면 되겠네.” 박원수 대원과 최원섭 대원 두 사람 눈에 거대한 엄나무가 발견되고, 그새 기발한 나물수확방법에, 사업구상까지!... 멀지 않아 이곳 제주에까지 두 대원의 농원이 확장될 날도.. 문어발식 대기업이 따로 있으랴.

 

                             (늘봄부부산악대원들--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우리 늘봄등반대의 꼬리가 관음사코스 담라계곡 활엽수 밀림터널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시각은 오후1시 40분여, 짙푸른 바다위에 장엄히 솟은 한라! 아득히 처다보이는 백록담은 하얀 베일을 드리웠다. 천지신명이시여! 한라산 산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오늘 그 높고 넓은 품을 열어 저희 늘봄부부등반대를 고이 품어주시옵고, 연중 하루에도 비가 왔다가 바람이불다가 그 변화무상하다는 한라의 날씨 중 몇 안되는 오늘같이 좋은 날씨까지 내리셔서 안전산행을 보살펴 허락하신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옵나이다.

 

2010. 9. 18.

 

늘봄부부산악회 김진철 대원.

출처 : 늘봄부부산악회
글쓴이 : pkjc2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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